[295번째책] 장하준의경제학강의 장하준

장하준의경제학강의-장하준

책속의 한구절


우리는 적절한 전문 지식이 없이도 온갖 일에 강한 의사 표현을 하곤 한다. 기후 변화, 동성 결혼, 이라크 전쟁, 핵 발전소 등등. 그러나 평소에는 강한 의사 표현을 하는 사람도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강한 의견은커녕 별 관심도 보이지 않기 일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제학적 논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특정 경제 상황과 특정 도덕적 가치 및 정치적 목표하에서는 어떤 경제학적 시각이 가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경제학을 배우는 일이다.

  • 다양성을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은 우유부단해진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명확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아는만큼 보이기에 다양하게 알아야한다.

  • 지금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착각하는 것이야 말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기고집만 내세우는 불통이 되는 지름길이다.

  • 불통 꼰대가 되고 싶지 않다면, 다양하게 알아야 한다. 다름이 있음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경제가 돈에 관한 것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물리적인 돈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지폐가 되었든 금화가 되었든 혹은 일부 태평양 섬들에서 돈으로 통용되던 거의 움직일 수도 없는 거대한 돌이 되었든 간에, 물리적 돈은 상징일 뿐이다. 돈money이란 나와 같은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나에게 빚진 것, 혹은 그 사회의 자원 중 얼마만큼이 내 몫인지를 나타내는 것이다.2

  • 물리적 돈은 상징일 뿐이다, 돈이란 나와 같은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나에게 빚진 것, 혹은 그 사회의 자원 중 얼마만큼이 내 몫인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 위의 문장이 참 인상적이었다. 사회와 사람들이 나에게 빚을 지고 있다니. 맞는 말이긴한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같은 관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물질에 끌려다니지 않고, 물질을 이끌며 다니는 사람의 관점.

자본주의capitalism 혹은 자본주의 경제라는 것은 무엇일까? 자급자족적 영농subsistence farming처럼 자기 자신이 소비하기 위해서나 봉건 사회의 귀족 또는 사회주의의 중앙 계획 당국 같은 정치적 권위를 지닌 존재가 명령하는 대로 따라야 하는 정치적 의무 때문이 아니라, 이윤을 내기 위해 생산이 조직되는 경제가 자본주의 경제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재capital goods를 소유한 사람들, 즉 자본가들에 의해 움직인다. 자본재는 생산 수단means of production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생산 과정에 들어가는 내구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원자재는 자본재가 아니고, 기계는 자본재이다. 우리는 또 일상적으로 사업 등에 투자한 돈을 ‘자본’이라고 부른다.•

  • 지식사회에서 자본재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다. 인공지능도 대체할 수 없는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 자원재이며, 그 사람들을 많이 갖고 있을 수록 기업은 강점을 가지게 된다.

애덤 스미스는 유한 책임 원칙에 반대했다. 기업을 소유하지 않고 유한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돈’••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따라서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에 비해 운영을 철저히 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의 취향을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는 작은 익명의 기업들이 정해진 기술을 사용해서 효율성을 증대하는 방법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경쟁은 거대한 초국적 기업들 간에 벌어지고, 그들은 가격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아주 짧은 기간 내에 기술 자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애플과 삼성의 싸움이 그 좋은 예이다.) 소비자들의 취향마저 이 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 캠페인과 광고에 의해 조종을 받는다.

어떤 경제 이론이 아무리 위대해도 그것은 특정 시간과 공간에서만 유효하다. 따라서 경제 이론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 이론을 사용해서 분석하려는 특정 시장, 산업, 국가의 성격을 규정하는 기술적, 제도적 요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경제학 이론을 그 이론이 적절하게 적용되는 맥락에 맞게 이해하려면 자본주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독립 직후 맺었던 불평등 조약 기간이 1870년대와 1880년대에 만료하자 중남미 국가들은 30~40퍼센트에 이르는 상당히 높은 보호 관세를 도입했다. 그러나 그 외 다른 ‘주변’ 지역들에서는 위에서 언급했던 강제적 자유 무역이 널리 확산되었다. 유럽 강대국들은 ‘아프리카 쟁탈전’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눈에 띄게 아프리카 점령 경쟁에 열을 올렸고, 다수의 아시아 국가도 식민지가 되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얀마는 영국 손으로,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는 프랑스 손으로 들어갔다. 대영제국은 산업의 힘을 등에 업고 엄청나게 팽창해서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라는 유명한 말을 낳았다. 독일, 벨기에, 미국, 일본 등 그때까지는 식민지 점령에 별 성과가 없던 나라들마저 이 대열에 끼어들었다.13 이 시기를 ‘제국주의의 시대’라고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1848년 유럽을 휩쓴 혁명, 1871년 파리 코뮌 등 빈곤층이 반란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끊임없는 위기감과 1872~1896년의 장기 침체(Long Depression) 같은 경제적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대전 발발 전까지 자본주의는 상승과 팽창만을 거듭하는 듯했다.

1차 대전(1914~1918)은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자본주의의 물결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상업적 상호 관계의 그물이 점점 더 촘촘해지면서 나라들 간의 관계가 너무도 복잡하게 얽혀서 사람들은 1차 대전 발발 직전까지도 전쟁이 터진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극도로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들 생각했었다.

자본주의 신봉자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준 것은 사회주의의 부상보다 대공황이었다. 특히 1929년 월가의 붕괴로 시작된 악명 높은 대공황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은 미국에서는 더욱 그랬다. 1929년과 1932년 사이 미국의 생산량은 30퍼센트가 떨어지고, 실업은 3퍼센트에서 24퍼센트로 8배나 증가했다.16 1929년 대공황 이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한 것은 1937년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큰 타격을 받아 생산량이 각각 16퍼센트, 15퍼센트 떨어졌다.

1929년 월스트리트 붕괴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같은 거대한 금융 위기가 벌어지고 나면 민간 부문 지출이 감소한다. 부채 회수가 잘 되지 않으니 은행들은 대출을 줄이고,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려워지니 기업들과 개인들은 지출을 줄이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판매하는 다른 기업들과 개인들(예를 들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기업들, 다른 기업들에게 기계류를 판매하는 기업들, 기업들에게 노동 서비스를 파는 노동자들 등등)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 경제 전체의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경제 주체는 정부밖에 없다. 정부는 들어오는 수입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함으로써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재정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대공황 시기를 풍미했던 균형 재정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인해 이런 정책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대공황 이후 자유방임주의적 자본주의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널리 받아들여졌고, 규제되지 않은 시장의 결함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전후 재건기를 지나 다른 나라의 경제들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런 가정은 점점 근거를 잃어 갔다. 미국 달러가 금이나 다름없이 믿을 수 있는 화폐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일단 깨닫고 나자 달러화를 금으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미국의 금 보유고가 더욱 줄어들면서 달러화의 신용도도 더 떨어졌다. 1959년까지만 해도 금 보유고의 절반에 지나지 않던 미국의 공식 부채(달러화와 재무부 단기 증권 즉 국채를 합한 것)는 1967년에 금 보유고의 1.5배로 치솟았다.26

고전주의 학파 한 문장 요약 시장은 경쟁을 통해 모든 생산자를 감시하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대부분의 고전주의 학자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른바 ‘세의 법칙’을 신봉했다. 이 법칙은 모든 경제 활동이 생산물의 가치에 해당하는 임금, 이윤 등의 소득을 수반하기 때문에 수요 부족으로 인한 불황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고전주의 학파는 정부가 보호주의나 규제 등 어떤 형태로든 시장을 제한하는 것에 반대했다.

신고전주의 학파 한 문장 요약 각 개인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행동하므로, 시장이 오작동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만 놔두는 것이 좋다. 신고전주의 학파는 재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소비자가 제품에 내리는 주관적인 평가에 의해 좌우되는 수요 조건의 역할을 강조한다. 반면 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은 재화의 가치가 공급 조건, 즉 생산 비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마르크스학파 한 문장 요약 자본주의는 경제 발달의 막강한 동력이지만, 사유 재산이 더 이상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면서 저절로 무너질 것이다.

 

개발주의 전통 한 문장 요약 후진 경제에서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 놓으면 개발이 불가능하다.

 

오스트리아학파 한 문장 요약 모든 것을 충분히 아는 사람은 없으므로, 아무한테도 간섭하면 안 된다.

(신)슘페터 학파 한 문장 요약 자본주의는 경제 발달의 막강한 동력이지만, 기업이 대형화하고 관료주의화하면서 쇠락하게 되어 있다.

케인스학파 한 문장 요약 개인에 이로운 것이 전체 경제에는 이롭지 않을 수도 있다.

케인스는 완전 고용이 가능할 정도로 투자가 이루어지려면 새 기술, 금융 시장의 들뜸 등의 특별한 사건으로 잠재적 투자자들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행동하지 않는 쪽보다 행동하는 쪽으로 기우는 본능적 욕구)이 자극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케인스는 이런 견해를 반박하면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자동으로 균형을 이루게 되어 있는데, 어떻게 해서 실업자, 가동을 쉬는 공장, 팔리지 않는 물건이 공존하는 상황이 오랜 기간 계속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려고 했다.

제도학파: 신제도학파? 구제도학파? 한 문장 요약 개인이 사회적 규칙을 바꿀 수 있다 해도 결국 개인은 사회의 산물이다.

행동주의 학파 한 문장 요약 인간은 충분히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규칙을 통해 의도적으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

지배 주주dominant shareholder가 있는 대기업은 지금도 상당히 많다.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양의 주식을 보유한 이런 주주들은 지배 지분controlling stake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투표권을 가진 주식의 20퍼센트 이상이 지배 지분에 해당한다.

페이스북 주식의 28퍼센트를 가진 마크 저커버그가 지배 주주의 한 예이며,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사브(40퍼센트), 일렉트로룩스(30퍼센트), 에릭슨(20퍼센트)의 지배 주주이다.

소유권이 분산되면서 세계 유수의 대기업 대부분에서 실질적 경영권이 기업에 별다른 지분을 가지지 않은 전문 경영인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separation of ownership and control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로 인해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가 생겨났다. 이는 대리인(전문 경영인)이 주인(주주)의 이익보다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전문 경영인은 이윤보다 매출량을 극대화하거나 사내 관료 체계를 지나치게 부풀릴 수도 있다. 경영자의 지위가 매출량으로 측정되는 기업의 크기나 거느린 직원 수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일단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난은 자신의 잘못이고, 돈을 많이 번 사람은 그럴 만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며,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 부자들이 살기가 훨씬 쉬워진다. 그렇게 설득당한 가난한 사람들은 많은 경우 자기의 이익과 상반되는데도 부의 재분배를 촉진하는 세금과 복지 지출을 낮추고 기업 규제와 노동자 권리를 줄일 것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 자본주의를 기반한 이기주의는 자본주의의 원동력이다. 소수에게 집중되는 부의 구조를 합리화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이다.

  • 일반 노동자들에게 소수에게만 미끼처럼 던져지는 고액연봉이 노동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하는 가림막이 되고 있다.

  • 욕심내지말고, 함께 잘사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 멀리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존 정보에는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행동은 금융 시장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인간은 보통 직관적이고 휴리스틱(지름길)한 방법으로 사고를 하고, 따라서 논리적인 사고를 잘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우리 자신의 합리성을 과신한다.

개인이 사회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 관습과 지배 이데올로기, 또는 계급적 배경에 반(反)한 선택을 하는 사람의 자유 의지를 더 깊이 존경하게 된다. 인간의 합리성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모든 사람이 실패할 것이라 생각하는 (그러나 성공하면 혁신이라 부르는) ‘비합리적’인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가의 용기에 더 큰 박수를 보낼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한 다음에야 우리는 ‘진정한’ 선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총생산에서 자본재의 감가상각을 뺀 것을 국내순생산net domestic product, 즉 NDP라고 부른다.

경제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생산량 측정법은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즉 GDP이다. 간단히 말하면 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모든 것의 금전적 가치를 합한 것이다

‘간단히’라고 말한 이유는 ‘생산물(GDP의 P, product)’이라는 말의 정의를 짚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을 계산할 때 우리는 생산량의 부가 가치value added를 더한다.

한 나라의 국경 안에서 나오는 생산량이 아니라, 한 나라의 국민과 그 나라에 등록된 기업이 생산한 생산량 전체는 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 즉 GNP라고 한다.

한 나라의 진정한 생산성이 궁금하다면, 1인당 생산량보다 일정량을 생산하기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일을 했는지를 봐야 한다. 따라서 1인당 국내총생산이 아니라 노동 시간당 국내총생산을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생산성의 지표이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들의 생산량에 비하면 적은, 정말로 아주 적은 양을 생산하는 데 그친다

한 국가의 국경 안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사람의 수입을 모두 더한 국내총소득(GDI)과 달리 국민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 즉 GNI는 그 나라 시민권자의 소득을 모두 합한 결과이다.

구매력 평가purchasing power parity(PPP)라는 개념에 근거를 두고 여러 나라의 소득을 변환해 생활 수준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구매력 평가는 ‘소비 바스켓(consumption basket)’이라고 부르는 공통적으로 지정한 몇 가지 재화와 서비스를 얼마나 많이 살 수 있는지로 그 나라 화폐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1인당 소득이 160달러인 부룬디는 2010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기록되었다. 가장 가난한 나라 몇 곳은 1인당 평균 소득이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연간 365달러 이하였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자신의 행복도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을 믿을 수 있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처지를 좀 더 견디기 쉽도록 상황을 재해석한다. 이런 적응된 선호adaptive preference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자기가 얻을 수 없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버리는 ‘신 포도’•는 그 중 가장 고전적인 예이다.

멕시코와 필리핀 같은 나라는 주관적인 요소에 더 비중을 둔 행복도 지수에서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하는데, 이 나라 국민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허위의식’이 더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경제학에서 어떤 개념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것은 물리학이나 화학에서 하는 정의와 측정 작업처럼 객관적일 수 없다. 생산량이나 소득처럼 겉보기에 가장 간단할 것 같은 경제학적 개념도 산출하는 데 각종 어려움이 따른다. 거기에 수많은 가치 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경제 발전의 정의는 보편적으로 합의된 것이 없다. 그러나 나는 한 경제의 생산 능력이 증가하는 것에 바탕을 둔 경제 성장 과정이 경제 발전이라고 정의한다. 생산 활동을 조직화하는 능력, 더 중요하게는 그것을 탈바꿈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경제 발전의 핵심이다.

포드 방식과 달리 토요타 방식에서는 노동자를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다수의 기술을 익힌 노동자들은 작업 방식이나 순서를 결정하는 데 상당한 발언권을 가지며, 기술 향상에 관한 제안도 활발히 하도록 권장된다. 린 생산 방식을 통한 향상은 제품의 질이 중요한 산업 부문에서 일본이 기술적 우월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에는 구내식당, 보안, 일부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처럼 제조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던 서비스의 많은 부분이 이제는 아웃소싱outsourcing되어 독립된 기업들로부터 공급받는다. 이 중 국외 기업으로 아웃소싱하는 것을 오프쇼어링off-shoring이라 부른다. 이로 인해 서비스가 실제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아웃소싱된 서비스의 내용은 전과 같지만, 이제는 제조업 생산량이 아니라 서비스 생산량의 일부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 중 많은 나라가 기후 변화에 거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기후, 위치, 지리학적 특성 때문에 지구 온난화의 부작용을 가장 일선에서 크게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개발도상국들은 기후 변화의 충격을 견뎌 낼 힘도 가장 약하다.• 여기에 더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가난한 나라들도 더 나은 기술과 조직 능력으로 무장해야 하는데, 이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은 경제 발전뿐이다.

주식 시장은 기업이 직접 알지 못하는 익명의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팔아 대규모 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투자자들의 이러한 익명성 때문에 유한 책임 회사를 스페인에서는 Sociedad Anónima라고 하는 등 일부 나라에서는 ‘익명 결사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지분을 일반 대중에게 팔지 않던 비상장 기업private company이 처음으로 지분을 외부인에게 팔고 상장 기업public company으로 전환하는 것을 주식 상장 혹은 기업 공개initial public offering(IPO)라고 한다.

한 기업 주식의 과반수를 새로운 주주(혹은 힘을 모은 여러 명의 주주들)가 사들이면 그 기업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갖게 된다. 이 과정을 인수acquisition라고 부른다

간혹 두 개 이상의 기업이 지분을 합쳐서 새로운 하나의 기업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를 합병merger이라 부른다. 가장 유명한(혹은 악명 높은) 합병은 2001년 전통 미디어계의 거인 타임워너와 인터넷 서비스의 개척자 AOL의 합병이었다.

펀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들이 연금을 받기 위해 모은 돈을 투자하는 연금 기금pension fund, 한 나라의 국유 자산을 관리하는 국부 펀드sovereign wealth fund 등이다. (노르웨이 정부 연금 기금과 아부다비 투자청은 규모 면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이와 더불어 공개 시장에서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돈을 모은 뮤추얼 펀드mutual fund 혹은 단위 신탁unit trust, 엄청나게 부유한 개인이나 ‘더 보수적인’ 다른 기금(예를 들면 연금 기금)에서 투자받은 돈을 모아 고액의 기금을 형성해 고위험 고수익 자산을 골라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헤지 펀드hedge fund, 헤지 펀드와 비슷하지만 기업을 사서 구조 조정을 통해 가치를 올린 뒤 되팔아 이윤을 남기는 사모 펀드private equity fund 등이 있다.

파생 상품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본질적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외적인 사물이나 사건에서 ‘파생’된 가치를 반영한다는 의미로 붙은 것이다.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사람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지는 권투 시합에 친구들이나 전문 도박사와 돈을 걸고 내기를 해 그 시합에서 ‘파생’되는 가치를 누리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3 즉 파생 상품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른 것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돈을 거는 내기라고 할 수 있다.

옵션option 계약은 계약자들에게 현재 고정된 가격으로 미래의 특정 일자에 무언가를 살 수 있거나 팔 수 있는 권리(그러나 의무는 없는)를 준다. 살 수 있는 옵션은 ‘매입(call)’ 옵션, 팔 수 있는 옵션은 ‘매도(put)’ 옵션이라고 부른다. 옵션이 더 잘 알려진 것은 ‘스톡옵션’ 때문이다. 스톡옵션은 특정한 수의 주식(스톡)을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미래의 날짜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최고 경영자(그리고 간혹 다른 고용인)에게 주는 것으로, 경영자들에게 주식 가격을 올리는 방향으로 기업을 경영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