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번째책] 모든요일의기록 김민철

모든요일의기록-김민철

책속의 한구절

모든 독서는 기본적으로 오독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오독의 순간도 나에겐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 순간 그 책은 나와 교감했다는 이야기니까. 그 순간 그 책은 나만의 책이 되었다는 이야기니까. 그때 나를 성장시켰든, 나를 위로했든,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든, 그 책의 임무는 그때 끝난 거다. > 독서라는 행위는 단순히 독자에게 활자가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독자사이에 이뤄지는 생각의 대화이다. 독자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하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무조건적인 학습이 아닌 생각과 생각이 만나 빚어지는 과정이다. > 저자와 독자가 어떤 생각을 나누든 독서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서로가 얼마만큼 배우고 인사이트를 얻었는지가 중요하다. > 책의 임무는 발심이다. 생각을 일으키고

소설책을 편다. 거기 다른 사람이 있다. 거기 다른 진실들이 있다. 각자에게 각자의 진실을 돌려주려면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좁고 좁은 내가 카피라이터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김화영이 딱 잘라서 말을 했다. 냉정하게도. 잔인하게도. “참으로 이곳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아니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올 것이 아니다. 이곳은 내일의 행복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올 곳은 아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한 사람, 가득하게, 에누리 없이 시새우며 행복한 사람의 땅”1이라고 지중해에 대해 딱 잘라 말을 말했다.

중요한 것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능한 한 그곳에 살아남아 버티면서 멀고 구석진 고장에 서식하는 괴이한 식물들을 가까이에서 관찰”2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계속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내게 일침을 놓고 있었다.

여행은 감각을 왜곡한다. 귀뿐만 아니라 눈과 입과 모든 감각을 왜곡한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그 왜곡에 열광한다. 그 왜곡을 찾아 더 새로운 곳으로, 누구도 못 가본 곳으로, 나만 알고 싶은 곳으로 끊임없이 떠난다. 그렇게 떠난 그곳에선 골목마다 프리마돈나가 노래를 한다. 이름 모를 클럽마다 라디오헤드가 연주를 한다. 나뭇잎까지도 사각사각 잊지 못할 소리를 들려준다. 햇빛은 또 어떻고. 들어본 적 없는 음악들로 세상이 넘쳐난다.

문득문득 선생님의 말이 생각날 때가 있다. 계속했으니까 안 거다. 그만두지 않았으니까 안 거다. 지치지 않았으니까 그 열매를 맛본 거다. 지쳐도 계속했으니까 그 순간의 단맛을 볼 수 있었던 거다. 이게 뭐가 될까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뭐가 될 거라고 기대를 했다면, 꿈에 부풀었다면, 내 손이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재능 없음에 한탄했을 것이다. 쉽사리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니까. 계속했으니까. 몸에게 시간을 줬으니까. 그래서 결국은 머리의 말을 몸이 알아들은 거니까. 계속하는 거다. 묵묵히. 계속 가보는 거다. 마치 인생의 잠언 한 줄을 얻은 기분이었다.

(질투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네 번 괴로워하는 셈이다. 질투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질투한다는 사실에 자신을 비난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내 질투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괴로워하며 통속적인 것에 노예가 된 자신에 대해 괴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