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번째책] 수축사회 홍성국

수축사회-홍성국

오문오답

1)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 수축사회로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사회적 문제들은 사회적자본을 발전시켜야만 해결가능하다.

  • 사회적자본을 한 단어로 설명하면 이타주의 문화이다.

2) 다 읽은 후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가?

  • 역사적으로 한국의 경제가 어려웠던 적은 매우 많았다. 국가 위기 상황 때마다 모두가 어려웠지만, 서로를 돌아보며 이겨냈던 과거의 역사가 있다.

  • 즉 과거에는 수축사회로 진입하더라도 사회적자본이 견고했기 때문에 버텨낼 수 있었다.

  • 현재의 한국사회가 수축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면서도 사회적자본이 부족한 이유는, 교육의 변화와 대중매체의 영향 때문이다.

  • 입시전쟁터에 아이들을 내모는 교육현장과 자본주의에 찌들어버린 대중매체를 보고 살아가는 국민들이 집단적으로 허상을 쫓는 사회로 변질되어 버린것이다.

  • 사회적자본의 회복이 가능할까? 교육과 대중매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 어느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 중국의 발전을 이끈, 학습을 쉬지 않는 9천만명의 중국 공산당의 저력이 기억에 오래 남을것 같다.

  • 기득권을 가지고 노력없이 그럴듯한 말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한국의 정치인들과는 너무 비교되어 부끄러웠다.

4) 다시 읽는다면 어느 부분을 제일 먼저 읽겠는가?

  • 수축사회가 가져오는 영향들, 정치, 사회, 경제,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2장을 먼저 볼 것 같다.

5) 어떤 점을 배웠는가?

  • 한국 사회는 날이 갈수록 팍팍해질 것이다. 사람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곳을 아무 생각없이 들여다 보지 말자.

  • 사회를 떠나 고립되어 살아가지 않는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수축사회가 주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 강자가 약자의 편에서는 정의를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자. 내가 다소 피해를 보더라도, 정의라는 원칙에 부합한다면, 고민말고 Act.

책속의 한구절

플러스섬게임과 마이너스섬게임 중간에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이 존재한다. 제로섬게임에서는 ‘상대방의 손실은 곧 나의 이익’이 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적대적이고 치열한 투쟁이 나타난다. 국제질서, 선거, 스포츠 등이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제로섬게임의 결과는 상대의 파이를 빼앗거나 빼앗기거나 오직 두 가지뿐이다


기본적으로 팽창사회에서의 투쟁은 상대방보다 더 큰 몫을 차지하려는 이기심에서 비롯된다.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서지 않아도 살아갈 방도가 있기 때문에 이기심만 잘 조절하면 그런대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 전환하면서 파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사회에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자신의 파이가 줄어들거나 최악의 경우 아무것도 차지할 수 없다.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의 분석에 따르면 2017년 새로 창출된 전 세계 부의 82퍼센트를 상위 1퍼센트 부자들이 차지한 반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37억 명은 재산이 조금도 늘어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세계 모든 영역에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양극화는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불만세력이 있음을 암시한다. 양극화가 심화되면 사회 불만세력에게는 파이 쟁탈전 대상인 적이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적의 모습이 점점 드러나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높아진다. 바로 제로섬사회의 문턱을 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이다.


인구구조 전환, 과학기술 발전, 개인주의라는 기초 환경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4차산업혁명과 만나면서 역사상 최고 수준의 공급과잉과 부채, 그리고 양극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즉, 대전환과 이에 대한 잘못된 대응이 결합하면서 이제 세계는 탈출이 어려운 수축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의 리더 그룹들이 이런 거대한 수축 사이클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피드백은 더 빨라지고 있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정치가 실종되고 권력투쟁만 활발하듯이 팽창사회적 사고를 가진 리더들은 수축사회 진입을 막는 해법이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현재의 파이 쟁탈전에만 몰입하는 모습이다.


수축사회의 유일한 이데올로기는 오직 생존이다. ‘국가 vs 국가’, ‘보수 vs 진보’, ‘대기업 vs 중소기업’이 벌이는 전투에서 이제는 원칙이 없다. 자기 조직의 생존에만 집착하느라 패배자를 돌볼 의지나 여유가 없다. 원칙이 약화되면 사회의 중심 이데올로기가 없어진다. 이때 사람들은 불안해지고 정부도 정책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 사회의 안정성이 낮아지면서 갈등만 양산하고 때로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기도 한다.


수축사회가 지속되면서 ‘자유보다는 빵이나 안정’을 원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의 고착화, 만연한 사회갈등 같은 현재의 어려움을 강력한 정권이 지켜주고 약간의 파이만 제공해준다면 독재정권이라도 용인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노르웨이의 1인당 국민소득은 9만 달러에서 7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도 비슷하다. 지상낙원에도 수축사회의 공포가 밀려오면서 공포의 배출구로 외국인 혐오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자리를 두고 이민자나 난민과 경쟁해야 하는 유럽의 젊은 층이 언제든지 이들을 공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미얀마 독립영웅이며 민주투사인 아웅 산 수 치가 로힝야족의 대량학살에 눈감고 있는 것도 로힝야족을 포용할 만큼 미얀마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수축사회에서 패배는 곧 자신의 존재를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에 눈앞에서 벌어지는 제로섬전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래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어렵다. 또한 평온한 시기와 달리 도덕, 예의, 공생 같은 정신적 가치가 약화되면서 오직 승리에만 집착한다.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규범이 부재한 일종의 무정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하는 인원이 100명이라면, 대안을 제시하는 인원은 10명, 그리고 직접 실행하는 사람은 1명에 불과하다는 속설이 있다. 사회가 자신의 이익에만 충실한 사람들로 채워지면서 수축사회와 관련된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입체적인 갈등 속에서 수축사회의 진입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물론 아직은 수축사회 진입을 늦출 기회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일단 수축사회에 완전히 진입하면 의사결정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시간은 촉박한데 제로섬적 사회 분위기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때로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집단적인 ‘의사결정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금 감면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어 연방정부의 재정은 악화일로에 있다. 수축사회에 진입하면 성장률이 하락해 국가재정이 더 어려워진다. 다른 국가들도 어려운데 특히 미국은 패권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국방비를 써야 한다. 미국은 장기간 현재의 패권 유지와 경제성장에 집중된 정책만 강조해와서 속에서부터 서서히 곪아가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무역전쟁은 미국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으로 볼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현재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수축사회 진입을 가속화시키는 대응으로 보인다.


지금 유럽에는 10년째 소비가 제자리 상태인 나라가 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위기 이전인 2007년 말 대비 2013년까지 6년 동안 내수(소비+투자) 규모가 각각 19퍼센트와 17퍼센트 줄어들었다. 이후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기울였지만 2018년 기준 여전히 11년 전 대비 5~6퍼센트 줄어든 상황이다. 만일 2019년에 2007년 수준으로 회귀한다면 국가 전체의 내수가 12년 동안이나 정체된 것이다. 과연 이런 나라에서 살 수 있을까? 이탈리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직 독일만 내수가 10퍼센트 남짓 늘어났다.


변변한 수출 상품이 없는 남유럽 국가들은 유로화 약세로 수출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입 물가만 오르면서 애를 먹고 있다. 반면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유로화 약세로 수출이 더 크게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보면 남유럽 국가의 부가 독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위기로 현재 유럽에서는 오직 독일만 건재하다.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엄청난 정치개혁과 경제구조개혁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점점 경제성장률이 하강 중이다. 동유럽도 여건은 그리 좋지 않다. 마땅한 산업이 없는 상태에서 빠른 고령화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낮아지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는 수축사회의 전형적인 사회갈등을 보여준다. 생활이 안정적인 고령자들은 가망 없는 EU를 도와주는 것보다 지금 위자료(벌금)를 내고 관계를 청산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젊은 층은 EU에 남을 경우 유럽의 다양한 일자리에 취업이 가능해지고, 영국이 EU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 영국 경제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치열했던 국민투표 결과, 찬성과 반대 차이가 3.8퍼센트포인트의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 고령자와 젊은 층 간의 세대갈등이 표면화되는 대가를 치렀다.


선진국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몸으로 체득한 결과 인권을 존중하고 법치가 잘 가동된다. 장기간에 걸친 의무교육으로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매우 높다. 반면 후발개도국들은 대항해시대 이후 대부분 선진국의 식민지였다. 그렇다보니 수백 년에 걸쳐 노예생활을 했다. 교육 수준이나 복지 수준도 낮고, 사회적 불평등을 당연하게 여긴다. 심지어 권력자나 부자들의 유전자가 자신들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듯하다. 자체적인 발전과 진보가 불가능할 정도로 사회 수준이 낮은 것이다


중국과 세계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제조업이 더욱 침체된 것이다. 독일, 일본, 한국 등을 제외한 많은 국가에서 소리 없이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단적인 예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1990년에 전체 일자리의 21퍼센트였으나 2000년에는 18퍼센트, 2010년에는 14퍼센트, 그리고 2018년 9월에도 14퍼센트를 기록하고 있다. 21세기 초반 미국이 주도한 낮은 금리와 자산투자 붐은 의도하지 않았던 중국의 급부상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의 미-중 G2 패권대결의 원인遠因이 된 것이다.


2007년에는 세계 전체 부채가 97조 달러(정부 29조, 기업 37조, 가계 31조 달러)였지만, 10년이 지난 2017년에는 169조 달러(정부 60조, 기업 66조, 가계 43조 달러)로 70퍼센트 이상 늘어났다. 전 세계 GDP 대비로 보면 2007년 207퍼센트에서 2017년 236퍼센트로 늘어났다. 2008년 발생한 전환형 복합위기는 치료된 것이 아니라, 부채로 위기를 덮어온 것이었다. 부채를 늘리는 과정을 흔히 고압경제high pressure economy라고 한다. 수요가 공급을 항상 앞서는 상황에서는 호황 상태를 의미하지만, 지금은 수요가 부족하니 고압으로 돈을 뿌리자는 의미다.


수축사회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소비가 자동억제된다는 점이다. 사회가 늙어가고 경제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니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위축된다. 물가가 오르면 물건을 사재기하기보다는 아예 소비를 포기한다. 기업은 매출이 늘어나면 고용을 늘려 생산품을 더 만들기보다 기계로 생산을 대체해버린다.


4차산업혁명은 특정 기술이 발견되어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계단식으로 발전하던 과거의 산업혁명과 다르다. 우상향 곡선형인 ‘제이 커브J curve’ 형태를 띠면서 사람이 아니라 AI가 주도하는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산업혁명으로 봐야 한다. 물론 생산 과정에서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거나, 기계가 사람보다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값싸게 만드는 것은 3차산업혁명시대에도 가능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은 경제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개조할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미래의 전쟁은 핵전쟁이나 비행기, 총, 포를 쓰는 재래식 전쟁이 아니라 4차산업혁명 기반의 과학기술전쟁이 될 것이다.


모든 조직은 경쟁 대상을 외부로 확장하면서 스스로 강해져야 건강하게 유지된다. 국가, 기업, 시민단체나 소규모 모임도 마찬가지다. 개방적이면서 다양성이 확보된 사회는 위기가 닥쳤을 때 자체 수습이 가능하다. 영국이나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를 완전 개방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데올로기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사회주의’를 근간으로 한다는 의미다.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평등을 기반으로, 분배와 복지를 확충해서 모든 중국인이 평균적으로 잘살자는 것이다. 물론 모든 정책과 주도권은 공산당이 가지기 때문에 공산당 일당독재를 영원히 유지하겠다는 뜻과 같다. 두 번째 개념인 ‘시장경제’는 서구의 자본주의를 경제 운영의 원칙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돈에 의해 사회가 가동되는 서구형 시장경제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치적 사회주의와 경제적 자본주의’의 병존이 중국의 이데올로기다. 2차 세계대전 후 탄생한 대부분의 공산정권이나 독재정부는 이 구호를 반복해서 주장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했다.


여기서 3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독재체제에 대한 저항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늘 발생했다. 역사상 거의 모든 혁명의 출발은 서민들의 생활고에서 시작되었다. 둘째, 장기간 집권한 독재자의 퇴출은 쿠데타와 같은 경쟁자의 도전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저항으로 야기되는 경우가 더 많다. 정권에 도전하는 쿠데타 세력도 경제적 어려움을 주요 명분으로 내세운다. 한국의 촛불혁명은 무능한 통치자를 선거가 아닌 시민의 힘으로 제거한 전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셋째, 사회적자본이 중요하다. 혁명으로 독재자를 제거한 리비아,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는 혁명 후 8년이 지난 현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을까? 지금 북아프리카 전역은 혁명 이전보다 더 심한 무질서 상태에 빠져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동시킬 사회적자본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사회적자본이 부족한 북아프리카에서 또다시 독재자가 집권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따라서 향후 중국의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라는 이데올로기의 모순은 파국을 맞을 것이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인가가 관심 사안이다.


개발독재는 개발도상국이 중진국에 진입할 때까지만 유효하다. 중진국에 진입하면 사회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양극화와 같은 사회 병리현상에 대해 조직적인 저항이 일어난다. 또한 대외 개방도 피할 수 없다. 사회 전체가 투명해져야 하고, 경제는 소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동되어야 한다. 경제가 고도화된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 개입은 자원 배분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최근 중국 중학교 교과서에서 40년 만에 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것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라는 기존 서술을 삭제했다. 덩샤오핑 이후 개방정책은 폭력에 의존했던 마오쩌둥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마오쩌둥 사상을 배제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마오쩌둥이라는 무자비한 독재자가 있어야만 시진핑의 폭력이 정당화되고 궁극적으로 종신집권이 가능해진다. 이런 식으로 중국은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의 모순과 일당독재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개인숭배로 막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퇴행적 행태야말로 시진핑 정권 스스로 그들의 체제가 독특하지도 않고 보편성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 아닐까?


통상 후발개도국의 민주화는 지식인 계층이 선도한다. 그러나 중국은 행동력 있는 지식인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대약진운동, 문화혁명, 그리고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시대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지식인들은 지속적으로 제거되었다. 반체제 운동을 이끌 사람도, 조직도 사라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시진핑의 신전체주의는 잘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정치평론가인 박성민은 국가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구성원 전체의 집단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역사상 국가ㆍ민족ㆍ종교ㆍ기업ㆍ조폭까지 어떤 조직이든 ‘집단의지’가 강한 공동체만 살아남았다면서, 조직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려는 사람이 많아야 하고, 조직은 이들에게 존경과 보상으로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가 만났던 중국 관료에게 어울리는 말 같다.


민주주의의 부작용 중 하나는 잦은 정권교체로 관료 사회의 안정성이 낮다는 점이다. 대충 일해도 정권이 바뀌면 요직에 등용되는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 반면 중국은 일당독재 국가이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없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면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 독재 시스템이 유지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전문 관료 그룹은 정권이 영구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부패하지 않고 더 근면하다. 한국에서도 박정희와 전두환시대의 엘리트 계층이 상대적으로 근면했던 것은, 정치를 잘해서가 아니라 엘리트들이 그 정권을 영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산당의 핵심인 중앙정치국의 집단학습 내용을 살펴보면, 정치적 내용이 많지만 의외로 혁신적인 내용도 상당하다. 2004년 12월 학습 내용 중에는 ‘2020년 중국 과학기술 발전전략’, 2005년 6월에는 ‘글로벌 에너지 자원 추이 및 중국의 전략’, 2011년 5월에는 ‘전략적 신흥 산업의 육성과 발전’과 같이 중국이 처한 미래 과제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공부를 멀리 하는 한국의 정당과는 너무 다르다. 중국의 수뇌부가 공부하고 서로 의견을 조정하면서 고민하는 점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학습조직을 이길 방법은 없다.


미-중 G2 패권대결 과정에서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논외로 둬야 한다. 혹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국지전 형태로 제한될 것이다. 대신 다양한 영역에서 복잡한 형태의 갈등과 충돌이 예상된다. 나는 이 전선을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하고 싶다. 하나는 과학기술전쟁이고 또 하나는 무역과 통화가 중심이 되는 통합경제전쟁이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무역흑자가 발생한 동아시아 국가는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그냥 가지고 있을 수 없다. 무역수지 흑자만큼 해외로 자금을 보내지 않으면 환율이 크게 절상되어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결국 수출로 벌어들인 자금을 자국 화폐가 아닌 다른 화폐로 바꿔놓는 것이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유일한 방책인 것이다. 이때 선택 가능한 화폐 중 가장 안전한 것이 바로 달러다. 함축해서 보면 미국의 자금은 해외로 나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미국 내에서 부족한 자금은 미국에 공산품이나 원자재를 수출하는 국가가 메꿔주는 구조가 바로 글로벌 불균형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꿩 먹고(과잉소비), 알 먹는(글로벌 금융시장 지배)’ 상황인데, 금융패권을 가진 국가만 가능한 신비로운 현상이다.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2017년에 -3.4퍼센트에서 2020년에 -4.8퍼센트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2015년 4,385억 달러, 2018년 7,800억 달러). 상황이 이렇자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 예산을 제외한 모든 예산을 5퍼센트 감축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향후에도 재정적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과연 미국은 감세를 철회할까? 아니면 국방비를 줄여 복지에 사용하고 미국 패권을 완화시킬까? 바로 이 문제가 다음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핵심 주제가 될 듯하다. 지금은 경기 호황을 즐기고 있지만, 앞으로 미국의 재정 문제는 미-중 G2 패권대결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국방비를 높은 수준으로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본질적인 것은 일본 국민들이 수축사회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절약하고, 타인과 공동체보다는 오직 본인의 생존에만 집중하고 있다. 임금이 낮아도 생활비만 나오면 그냥 직장에 다닌다. 정부가 제국주의로 가든, 미투Me Too 운동이 일어나든,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든 이들은 자신에게만 집중한다. 인간의 이성理性보다는 생존 지향의 본능에 충실한 것이다. 국가 간의 여건 차이 때문에 수축사회에 진입하는 여타 국가들이 일본을 닮아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큰 그림으로 보면 일본의 서민들과 같은 생존방식은 세계적 차원에서 (특히 현재 선진국에서)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회적자본이 강한 국가는 자발적인 공동체정신이 국민들의 유전자에 각인될 정도로 자율적 성향이 강하다. 공장 노동자는 감시자 없이 주어진 과업을 충실히 최선을 다해 실행한다. 길거리에 휴지를 버릴 때 누가 보지 않아도 쓰레기통을 찾으며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산업에는 대기업이 스스로 진출하지 않는 행동이 상식화되어 있다. 감시자 없이 공동체를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주인처럼 행동한다는 의미다.


사회적자본이 미약한 국가에서 규제가 강해지면 그 구성원들이 경직되고 규제 범위 내에서만 행동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강제된 규칙에 맞춰 사회 구성원들이 아날로그 로봇과 유사한 행동을 하면, 그 사회는 발전이 불가능하다. 바로 이런 현상이 요즘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수축사회에서는 탈출이 어렵다는 현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해법을 찾을 수 없다. 현재의 갈등은 전 세계 모든 국가, 모든 사회와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팽창사회를 기반으로 한 과거형 인식과 대응에서 우선 탈피해야 미래가 보일 것이다. 또한 특정 영역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원칙을 피하는 것이 오히려 승리에 도움이 되었다. 일단 잘 적발되지 않았고, 파이가 커지는 팽창사회 분위기 때문에 원칙을 어겨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곤 했다. 또한 상대방이 꼼수를 부려 패배하더라도 약간의 파이를 가져갈 수 있었다. 팽창사회에서는 원칙을 지키지 않을 때 오히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정경유착과 같은 각종 비리가 나타났다. 그러나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기업이나 개인의 생존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원칙을 준수하는 국가는 국격國格이 올라간다. 국격이 올라가면 한국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지고 해외관광객도 증가할 것이다. 해외에 있는 한국 국민들이 제대로 대접받게 될 것이다. 물론 경제성장도 촉진될 것이다. 유럽의 스위스와 같은 대접을 받도록 노력해보자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팽창사회식 방법으로 수축사회에서 살아가려고 한다. 물론 수축사회의 전반적인 모습과 행동방식을 완전히 이해한 사람은 아직 없을 것이다. 팽창사회 방식과 수축사회 방식이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체제가 전환하는 과도기에는 전문가의 조언이나 경쟁자의 대응이 잘못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 이들도 엄청난 혼란에 빠져 어찌할 바 모를 것이다. 결국 경쟁자를 너무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전환의 큰 방향을 숙지한 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상황 변화에 따라 조금씩 전략을 수정하면 된다. 즉, 수축사회에 대해 깊이 성찰한 후 원칙을 만들고 지켜나가면 승산이 높다.


앞으로 미래를 전망할 때는 두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사람의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은 미래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국가와 기업의 투자나 정책도 그러하고, 개인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의사결정은 미래를 얼마나 치열하고 깊이 생각했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여기까지는 과거와 차이가 없다. 그러나 대전환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 방식대로 미래를 예측하면 모두 실패할 것이다. 전장의 ‘판’이 바뀐 것을 감안해야 한다. 통상 전투가 치열할수록 눈앞의 전투에만 집착한다. 그러나 전투의 승패를 가늠하는 것은 눈앞의 전투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모습이다. 이제는 전 세계가 수축사회로 변하고 있어 팽창사회의 잣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따라서 첫 번째로 유의할 점은 수축사회를 기초로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멀리 보는 새가 독식한다!


수축사회에서는 늘 전투가 치열하다. 상대방도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사용한다. 따라서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수축사회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분야에 확실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또한 제품의 기능과 품질을 넘어서는 무형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끊임없이 색다른 디자인을 개발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간과 자금, 그리고 다양한 비전투 무기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즉, 소비자가 자기 회사의 제품에서 특별한 권위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수축사회에서는 탐욕에 일정한 족쇄를 끼운다. 적어지는 파이를 혼자 독식하면 사회의 안정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모두 어려우니 나눠야 하는 것이다. 팽창사회였던 과거에도 독과점적 탐욕은 쉽게 용인되지 않았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수축사회에서의 독과점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다. 영역에 따라서는 제로섬적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부하직원들이 리더를 볼 때 인품, 태도, 능력 등 모든 면에서 격이 다르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격이 다른 리더는 어느 시대에나 훌륭한 인재였다. 그러나 제로섬전쟁 중인 지금은 그런 리더가 더욱 필요해졌다


‘로사다 비율Losada ratio’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로사다 교수 팀은 미국 60개 기업의 회의록을 꼼꼼히 분석했다. 이때 긍정적 단어와 부정적 단어의 비율이 2.9 대 1 이상인 기업은 성장했지만, 2.9 대 1 미만인 기업은 쇠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로사다 비율’이라고 한다. 조직의 성과와 긍정적인 조직문화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벤처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창업주의 개인기로만 빠르게 성장한 벤처기업들 중 상당수는 기업문화가 아예 없다. 나는 긍정적 문화가 없는 조직을 식물형 기업이라고 한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조직인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사업 영역이 수축사회로 진입할 경우, 이전의 성장 속도보다 더 빠르게 몰락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훌륭한 조직문화가 있다는 것은 그 기업의 사회적자본이 잘 축적되어 있다는 의미다.


OECD의 〈사회적 엘리베이터는 무너졌는가?〉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2015년 기준 소득 하위 10퍼센트가 중산층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려 다섯 세대가 걸린다고 한다. 헝가리, 인도, 중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같이 사회적 기반이 약한 국가들은 한국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분석은 계층이 고착화되면서 본격적인 계급이 탄생했음을 알린다. 상위 계급일수록 건강관리, 교육 수준, 글로벌 감각 등에서 앞서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과 업종을 넘나드는 경쟁과 갈등이 일상화되는 이유는 소비자의 선호 변화도 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산업에서 공급과잉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갈등과 관련해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선 갈등 수준이 높은 국가들의 특성이다. 터키, 멕시코, 그리스, 칠레, 포르투갈,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은 과거부터 늘 높은 수준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적자본이 미성숙한 상황에서 경제개발을 서두르는 국가들이거나 냉전 종식 후 사회주의 진영에서 시장경제로 체제 전환을 단행한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빠른 사회변동 과정에서 갈등이 만연해진 것이다.


소득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되어 있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의 역할이 미약할 때 사회적 갈등이 커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세대 간 갈등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선 전선을 분리해서 파악해야 한다. 주로 연장자인 고령자들이 60여 년간 이어진 경제성장의 과실을 모두 가져갔다는 주장은 처음부터 허구다. 노년층은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었는데 젊은 층은 집을 구하지 못해 결혼도 못한다고 하지만, 쪽방에서 홀로 생활하는 독거노인이 얼마나 많은가? 한국의 고령자 빈곤율이나 자살률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식의 폭을 좀 더 넓혀야 한다.


문제의 본질이 사회 양극화에 있고, 이에 대한 저항을 세대갈등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국에서의 갈등이 보인다


교육은 교과서 내용에 따라 가르치고, 법조계는 법에 의존해서 판단하고, 종교인들은 교리대로 행동하면서 과거의 권위를 유지한다. 이런 속성 때문에 갈등의 사회적 중재자로서 권위가 사라지고, 오히려 이들 스스로 제로섬전쟁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수축사회에서는 갈등이 치열해질 것이다. 갈등을 조정하는 것은 정치의 역할이지만,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때 특히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육은 사회적자본을 축적하는 가장 중요한 기초 학습기관이다. 어려서부터 사회적자본의 중요성을 교육시키고, 패배자를 구제하는 이타적인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소양을 키워줘야 한다.


수축사회에서의 생존 본능에 영향을 받아 종교인의 윤리성이 이제는 정치인에 버금갈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 대형 교회의 교직 세습과 지나친 이데올로기 편향, 중앙 종회의 권력을 놓고 폭력을 행사하는 불교계, 교리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근본주의 등과 성직자의 비윤리적 행위도 종교에 대한 신뢰감을 낮추고 있다. 신도들도 비슷하다. 종교단체에는 종교적 모임 이외에 유사한 부류의 신도들이 결성한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이해를 위해 폐쇄적으로 활동한다. 이제 학연, 지연, 혈연이라는 한국만의 기괴한 연고주의에 종교에 의한 인연이라는 종연宗椽을 추가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