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번째책] 사부의 요리 이연복

사부의요리-이연복

오문오답

1)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 중식 요리사로서 마음가짐, 저자 이연복이 사람을 대하는 자세.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태도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2) 다 읽은 후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가?

  • 저자가 출연하는 TV프로와 언론을 통해 욕심이 많고, 일보다는 사업가에 가깝지 않나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언론을 통해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되겠다고 반성했다.

3) 어느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모습들. 저자의 젊을 때와 나이가 들고나서 후배들을 대하는 자세의 변화.

4) 다시 읽는다면 어느 부분을 제일 먼저 읽겠는가?

  • “목란에서 일하는 사람을 뽑을 때 기준이 뭔가요?” 많은 이들이 이걸 궁금해한다. 기준이라는 게 특별히 있나. 일단 여기 일이 워낙 고되니까 의욕을 가지고 왔다가도 금방 나가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원래 잘되는 가게는 바쁘기 마련이다. 한가한 가게에서 무엇을 배우겠는가. 어쨌든 주방 일은 힘들고, 같이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니 서로에게 기운을 줄 수 있는 밝은 분위기의 사람들에게 눈이 더 가는 편이다.

  • 하루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주방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혼날 때 나더라도, 신나게 재미있게 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두 친구 모두 고맙다. 언제나 활기찬 주방을 만든다. 농담도 잘 한다. 개구쟁이들 같다고 하면 ‘사부가 더 개구쟁이’라고 한다. 목란의 주방은 개구쟁이 천지이다. 요리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런 태도가 더 중요하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기운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함께 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신이 나야 음식도 맛있게 만들지 않겠는가.

5) 어떤 점을 배웠는가?

  • 세상의 모든일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누군가의 도움과 격려를 통해 이뤄내는 것이다. 요리사 이연복은, 사람이라는 덕을 쌓아 지금의 이연복이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 신나고 재미있게 일하는 일터를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직장에서 상사로서, 후배들에게 감정적인 불만을 표출해내는 통로가 된다면, 후배들에겐 지옥이 되지 않을까. 나 스스로도 반성이 된다.

  • 나만 생각하는 것이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습관.

책속의 한구절

요리사가 요리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는 건 착각이다. 주방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결국 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돌고 도니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는 게 중요하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나는 유달리 의협심이 강했다. 거기에 성격도 불 같으니, 본의 아니게 싸움에 자주 휘말렸다. 돈을 빌려주고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적도 많다. 그래도 의리를 지키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나는 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마음을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잘 안되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주로 앉게 된다.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더 좋다. 다른 이유가 아니다. 지금 어려운 사람들, 뭔가 힘든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잘나가는 사람들은 잘되는 이야기만 하니까, 배울 것도 생각할 것도 별로 없다. 그런데 어렵고 힘든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나도 같이 머리를 굴리게 된다. 나는 사람이 마음을 쓴다는 게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잘나가는 사람들끼리, 잘나갈 때 서로 친하게 구는 게 아니라, 내게 부족한 것을 털어놓으면서 같이 고민하는 게 마음을 쓰는 것이다. 그게 진짜 의리고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요리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식재료다. 좋은 요리는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 좋은 재료는 절대 맛을 배신하지 않는다. 재료를 어떻게 쓰느냐가 가게의 매출과 직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기본을 알지 못하는 사람 밑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받고 일한다고 한들, 정성스러운 음식을 마음에서 우러나서 만들 수 있을까? 나 자신을 속이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주저 없이 가게를 나오기로 결심했다.


재료비를 아끼는 곳치고 잘되는 곳은 없다. 그리고 그런 사람과 같이 일해서 좋은 결과를 보기는 어렵다.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온갖 해물과 고기, 채소를 기름에 볶다가 육수를 붓고 끓인 후 면을 담아내는 짬뽕은 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잠퐁(ちゃんぽん)’이 그 어원인데, ‘한곳에 뒤섞는다’라는 뜻이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한 중국인이 동서양의 식재료를 한데 섞어서 만든 음식에서 이런 이름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가사키에 가서 유명한 짬뽕을 먹어본 사람들이 그곳 짬뽕보다 목란의 짬뽕이 훨씬 맛있다고 추켜세워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기분이 썩 좋다.


마침 집도 이사를 해야 했고, 가게를 내면서 필요한 게 많았다. 당장 아쉬운 얼마만 누가 융통해주면 되는데, 금방 갚을 거니까 누가 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변 선배들에게 2천만 원 정도를 빌리려고 해도 선뜻 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형편이 안 되는 것도 아닐 텐데, 예전에 내가 도와줬던 것은 다 잊었나? 아마 그즈음인 것 같다. 주변에 들끓던 사람들과 다소 거리를 두게 된 것이. 그렇지 않아도 일본 생활을 하면서 한국에서 사귀던 수많은 친구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사람 사귀는 법을 다시 배우면서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을 겪으니 화도 나고 허탈하기도 했다. 내가 진짜 힘들 때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구나 하는 생각에 서글프기도 하면서 더 잘하고야 말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일본 문화가 더 낫다는 말이 아니다. 지금은 한국의 외식문화도 많이 좋아졌고, 앞으로도 더 좋아질 것이다. 중요한 건 돈이 오가는 장사여도 서로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 태도에 따라 음식이나 서비스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느끼면서 성질이 불같고 거침없었던 나는 자신을 돌아보고, 손님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목란에서 일하는 사람을 뽑을 때 기준이 뭔가요?” 많은 이들이 이걸 궁금해한다. 기준이라는 게 특별히 있나. 일단 여기 일이 워낙 고되니까 의욕을 가지고 왔다가도 금방 나가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원래 잘되는 가게는 바쁘기 마련이다. 한가한 가게에서 무엇을 배우겠는가. 어쨌든 주방 일은 힘들고, 같이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니 서로에게 기운을 줄 수 있는 밝은 분위기의 사람들에게 눈이 더 가는 편이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해야 일이 더 잘되고, 그 즐거움을 손님들도 그대로 느낀다.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왜 버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행복하려고 버는 게 아닌가.


젊은 시절에는 성격이 예민하고 욱하기도 잘해서, 직원들의 잔 실수 하나에 크게 화를 내고 분위기도 바싹 얼게 만들었다. 이제는 나이가 들고 성격도 변해서 그렇지 않다. 요즘에는 가능하면 후배들한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요리를 하는 순서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을 잘 알고 어기지 않아야 한다. 내 몸이 조금 편하자고 변칙을 쓰면, 그건 요리사가 아니다.


일본에 있을 때 한 주방장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 “음식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자신 있게 ‘간’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다 뒤이은 친구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간도 중요하지만, 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나는 그때까지 그런 말을 입 밖에 내어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 그게 기본이었지. 순간 부끄러웠다. 음식을 잘 만들겠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았나? 나는 음식을 할 때 어떤 마음일까?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이연복이라는 사람이 요리를 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내가 음식을 대하는 마음을 표현하자면 ‘정확하게, 정직하게’이다. 정확하게 하면 정확한 맛이 나온다, 정직하게 음식을 하자. 내가 만드는 음식의 포인트를 하나도 놓치지 말자.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이런 망설임은 갖지 말자. 가야 할 길을 바르게 가는 것. 속임수나 꼼수 없이 정직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요리를 하는 마음이다


요리사가 후각을 잃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맛의 많은 부분이 냄새를 맡는 데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양파를 코를 막고 먹으면 마치 사과처럼 느껴진다. 마늘의 아린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도 냄새를 못 맡으면 큰일인데, 요리사로서 중요한 기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냄새를 못 맡아서 위험한 일도 생길 뻔했다. 주방에 뭐가 타고 있었는데 그 타는 냄새를 못 맡은 것이다. 한번은 행주가 타고 있었는데 전혀 모르고 있다 불이 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크게 좌절하지 않았다. 내가 이제까지 만들어온 실력이 있는데, 그걸 믿어보자는 마음이었다.


우리 부부는 가게를 열면 그 동네의 특징, 그곳 사람들의 스타일을 자세히 본다. 어떤 사람들이 주로 오는지, 어떤 음식을 먹는지, 더 세세하게는 점심때는 뭘 좋아하고 저녁때는 뭘 좋아하는지, 가족이랑 오는지 친구랑 오는지, 또는 애인이랑 자주 오는지가 파악이 되어야 어떤 메뉴를 중점적으로 내놓을지 판단할 수 있다.


가게를 새롭게 오픈했다고 화분을 보내주고, 건강 잘 챙기라고 영양제까지 보내주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을 보면 우리 부부가 걸어온 시간이 그리 헛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맛있는 한 접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추억의 맛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요리는 긴장이다. 대충해서 맛있는 요리라는 건 없다. 배추 한 포기를 어떻게 칼질하느냐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지는 게 요리인데, 그런 긴장감 없이 어떻게 일을 하겠는가. 더욱이 집에서 맛있게 먹을 음식을 하는 게 아니라, 이건 사람들에게 파는 음식이다. 가게에 손님들이 밀어닥치면 그에 맞춰서 또 빠르게 해내야 한다. 내가 이런 엄한 태도로 주방 후배들을 대해서 그런지, 사실 목란의 주방에서 오래 버티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두 녀석은 해냈다. 게다가 형한이는 원래 배우의 길을 가던 사람이 아닌가. 나는 나이가 많거나 경력이 없는 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른 나이에 중식당에 들어왔지만, 나이가 꽤 들어서 요리를 시작해도 얼마든지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이 업계에 많아지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형한이나 형근이나 처음 가게에 들어왔을 때에는 나에게 혼도 참 많이 났다. 아마 한 달에 28일 정도 욕을 먹고 칭찬받은 건 고작 이틀 정도뿐이었을 것이다. 칭찬이라고 해봐야 이런 거다. “오늘은 그래도 잘 넘어갔네.”


하루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주방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혼날 때 나더라도, 신나게 재미있게 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두 친구 모두 고맙다. 언제나 활기찬 주방을 만든다. 농담도 잘 한다. 개구쟁이들 같다고 하면 ‘사부가 더 개구쟁이’라고 한다. 목란의 주방은 개구쟁이 천지이다. 요리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런 태도가 더 중요하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기운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함께 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신이 나야 음식도 맛있게 만들지 않겠는가.


주방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사실 내가 특별히 이야기하는 것은 없다. 그저 모든 사부들이 그렇듯이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이다. 무조건 인내하고, 노력해라. 당장 힘든 걸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2~3년 후의 네 모습을 봐라. 지금은 무조건 인내하고 노력하는 것밖에 없다. 지금 내 밑에는 그렇게 잘 버틴 후배들이 믿음직스럽게 받쳐주고 있다. 모두들 든든하게 목란의 주방을 지키고 있다. 주방의 총책임자가 나지만 어린 후배들에게 한 소리 하거나 일을 시킬 때는 그 위의 선배들을 시켜서 할 때가 많다. 내가 어린 후배들에게 직접 쓴소리를 하면 굉장히 큰 상처를 받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부님이 나한테 뭐라고 그랬어…….’ 그냥 그 일만 잘못했구나, 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집에 가서 복잡하게 생각하고 자책하고 그러는 것 같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지적해야 하는 것은 선배들한테 전달하게 하고, 나는 기술적인 면을 주로 가르쳐주려고 한다.


어찌 보면 요리의 기초를 익히는 것은 무림에서 실력을 쌓는 것과 한가지다. 어느 날은 수없이 칼질만 하고, 어느 날은 수없이 밀가루 반죽만 하고, 또 어느 날은 수없이 피만 밀고……. 사소한 것부터 미치도록 잘해야 한다. 그게 바로 실력을 쌓는 것이다. 기술 하나를 제대로 익히고, 재료 하나를 끝까지 이해하고, 이론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요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