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번째책] 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괴짜사회학-수디르벤카테시

오문오답

1)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 사회학자로서 미국사회의 차별받는 흑인 공동체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과 지식들을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몸으로 체험하고 피부로 느끼며 깨뜨린 경험에 대한 에피소드

  • 가난과 궁핍속에서 생활하는 그들만의 생활방식이 엄연히 존재하며, 환경적 요소가 어려울 뿐이지 모두가 똑같은 욕구와 감정, 문화를 향유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

2) 다 읽은 후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가?

  • 경제적, 환경적 어려움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 사회적 약자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룰이 있다. 자신이 경제적으로 부한사람이라고 해서 그들의 삶을 함부로 간섭하거나, 룰을 깨뜨리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들만의 사회를 존중하는 도움이야 말로 배려가 담긴 봉사와 헌신이 될 것이다.

3) 어느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 저자가 로버트 테일러 주택단지에 거주하는 여성들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글쓰기 강좌를 개설해 10여명의 여성들과 스터디 모임을 구성하지만, 나중에는 젊은 여성에게 찝쩍댄다는 이유로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장면

  • 내가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선행은 상대에게는 되려 오해를 불러 일으켜 도움은 커녕 잘못된 인식만 남겨줄 수 있다.

4) 어떤 점을 배웠는가?

  •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동정으로 섣불리 남을 도우려 하지 말자.

  • 책속에 갖힌 지식으로 어떤 사회나, 환경을 판단하려는 우를 범하지 말자. 백문이불여일견, 명심하자. 내가 피부로 느끼지 않은 어떤 것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5) 저자에게 한가지 꼭 묻고싶은게 있다면?

  • 만약에 로버트 테일러에서 살아야 한다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일상속에서 살아가고 싶으신지..?

책속의 한구절

나는 이 연구자들이 던진 질문들이 퍽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시카고 거리에서 본 약동하는 삶에 비하면 세미나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는 어쩐지 차가운 거리감이 느껴졌고 추상적이고 생기 없어 보였다. 연구자들 대부분이 자기가 연구하고 있는 대상인, 살아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특히 내 호기심이 꿈틀거렸다.


이 도시가 작동하는 기존 방식에 따른다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진보의 기회는 거의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이런 운명론은 나에게 생소했다. 풍요로운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게다가 나처럼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에게도 서로의 차이, 인종적 차이까지 해소하는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본적인 믿음과 미국의 제도가 그것을 위해 작동하리라는 확고한 신뢰가 있었다. 나는 협소한 내 경험치의 한계를 깨달아가고 있었다.


“얼간이 같은 질문이나 하면서 돌아다녀선 안 돼. 우리 같은 사람들하고 어울려야 한다고.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왜 그러는지 알아야 해. 젊은 청년들이 왜 거리에서 살고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구.”


제이티는 이 동네에서 자란 후 체육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들어갔으며 역사와 정치에 관한 책 읽기를 좋아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시카고 도심에 있는 중견 회사에서 사무용품과 산업용 섬유를 판매하는 일자리를 얻었다. 하지만 자신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성공 기회가 제한되어 있음을 느꼈으며 자기보다 서툰 백인이 먼저 승진하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 2년이 못 되어 제이티는 주류 사회를 떠나 이곳 공영 주택단지와 갱단 생활로 돌아왔다.


제이티는 블랙 킹스의 위계 체계와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가기 위한 자신의 노력에 대해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제이티 위에는 시카고 전역에 널리 퍼져 있는 수십 명의 블랙 킹스 고위급이 있었다. 이들은 제이티가 이끄는 갱단과 같은 몇 개 블랙 킹스 분파를 운영하여 돈을 벌었다. 이들은 ‘간부’와 ‘단장團長’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들 위에는 ‘이사회’로 불리는 또 다른 지위의 갱 단원들이 있었다. 나는 거리의 갱단 조직이 미국의 다른 기업 조직과 이처럼 흡사한 줄은 몰랐다


윌슨 교수의 연구 팀에는 사회학자, 경제학자, 심리학자, 그리고 10여 명의 대학원생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대학원생들은 컴퓨터에 들러붙어 앉아서 빈곤의 원인을 밝혀줄, 조사 자료에 숨겨진 어떤 유형을 찾아내려고만 애썼다. 빈민가의 갱 단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지역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이티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회학이라는 학문 분야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사회학의 연구 방식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내가 전례 없는 방식으로 건달의 행동에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 싸움질만 하는 게 아니야. 농구 선수권 대회, 소프트볼 선수권 대회, 카드놀이 같은 걸 하기도 하지. 우리 조직원들이 선수로 뛸 때도 있지만 주택단지에 사는 주민들 중에서 잘하는 사람을 찾기도 하지. 위스콘신 팀에서 뛰었던, 우리가 대릴이라 부르곤 하는 친구처럼 말이야. 그치는 우리 조직원이 아니야. 그러니까 이건 이 주택단지의 일인 셈이지.” “그러면 네 구역의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로 널 지지한다는 거야?” 나는 갱 단원이 아닌 사람들이 블랙 킹스를 어떻게 보는지 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래! 이상하게 생각될 거야.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미워하는 건 아니야. 이걸 알아야 해, 이건 지역 사회의 일이라는 거.”


제이티를 기다리는 동안, 메이 부인이 분명히 나를 즐겁게 해주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나눠줄 만큼 부인의 형편이 여유로워 보이지는 않았다. 언젠가 메이 부인에게 음식 값으로 얼마를 주려고 했다. “젊은이, 다신 그러지 마우.” 메이 부인은 내 쪽으로 지폐를 도로 밀어내며 꾸짖었다. “자네, 우리 얘기 좀 들어보게. 우리가 가난할지 몰라도 여기 오면 우리를 불쌍히 여기지 말게. 우리를 더 관대하게 봐주지 말란 소리네. 그리고 우리에게, 자네가 자네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보다 더 낮은 기준을 적용하지 말게나.”


“우린 한 공동체에서 살고 있어. 주택단지가 아니라, 알겠나? 난 주택단지라는 말이 딱 질색이네. 때로 우리는 도움이 필요하지만, 안 그런 사람이 누가 있겠나? 이 건물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돕고 있네. 내가 자네에게 그러는 것처럼 우리는 음식을 나누어 먹지. 자네가 우리 아들의 삶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고? 아들이 그러더군. 이 공동체에 대해, 무엇보다 우리가 어떻게 서로 돕고 있는지에 대해 쓸 수 있을 거야.


제이티와 그의 구역 내 건물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잠시나마 접하면서 나는 벌써부터 당황스러웠다. 이들이 보여주는 인정과, 내가 사회학 연구 문헌들에서 읽은 빈민에 대한 모욕적인 묘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대개 지각이나 신중함이라고는 거의 없는, 어수룩해서 이용해먹기 딱 좋은 불운한 사람들로 기술되었다.


제이티의 갱단은 달라 보였다. 이 갱단은 사실상 로버트 테일러 주택단지를 자체 관리했다. 제이티는 범죄자일지 모르지만 당당한 입법자이기도 했다. 그는 마치 자신의 조직이 진짜로 이 동네를 통치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행동했고 때로는 그러한 통치가 완벽해 보였다. ‘검은 왕들(블랙 킹스)’은 시카고 경찰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건물들의 치안을 유지했다. 이들은 로비와 주차장을 통제하여 주민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했다.


나는 근 몇 달 동안, 주민들과 즐겨 농담을 나누고 한편으로 독단적일 필요가 있을 때는 침착하게 결행하는 한 강력한 지도자를 따라다니는 기록자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순진했던 것일까. 폭력을 목격한 적이 없었던 나는 혼자 폭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소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제이티가 휘두르는 권력의 어두운 이면, 훨씬 더 거친 면을 본 것이다. 몇 주 후에는 더 많은 폭력, 어쩌면 훨씬 더 치명적인 사건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었다. 여전히 나는 제이티의 갱단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왠지 수치심이 느껴졌다. 나는 단지 사심 없이 객관적인 사회학 관찰자일 뿐이라는 내 확신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부당하게 얻어맞고 있는 동안 나는 정말로 그저 서 있기만 했어야 했을까? 다른 학자들이 알려고 하지 않는 어두운 문화, 즉 폭력 세계에 가까이 접근하려는 내 욕망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정치가, 학자, 경찰 당국은 늘 아무런 쓸모가 없는 정책을 해법이라고 내놓았다. 제법 관대한 사람들은 청소년들을 학교로 돌아오게 하여 그들에게 비숙련직을 찾아주는 전통적인 전략을 펼쳤지만, 고작 그런 시시한 일을 하려고 자신의 신분과 큰돈에 대한 기대를 바꾸려는 갱 단원은 거의 없었다.


마이클은 매주 수입의 15퍼센트를 티본에게 준다고 했다. 제이티의 행동대원들이 무단 입주자와 매춘부 들에게서 푼돈을 뜯어가듯, 고참 갱 단원들은 이렇게 보호세를 덧붙여서 수입을 충당했다. 대신에 갱단은 존슨 형제에게 고객을 몰아다주고 분쟁을 중재해주었다.


“생각해봐.” 크리스가 나를 재촉했다. “다른 갱단이 와서 총을 쏴대거나, 혹은 어떤 녀석들이 건물에 침입해 강탈을 해갔다고 쳐보자구. 그 일을 누가 처리해주겠어? 짭새? 짭새들은 이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아! 그래서 제이티와 킹스가 있는 거야. 네가 물건을 도둑맞으면 그 친구들이 되찾아줄 테고 누가 여기 와서 총을 쏴대지 않도록 보호해줄 거야.”


크리스와 마이클은 다소 꺼림칙한 부분이 없지 않아도 블랙 킹스를 정말로 확대된 가족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 내가 회의를 느끼고 있던 때에, 이 갱단이 순전히 해를 끼치기만 하는 세력과는 분명 다르게 보였다. 제이티가 예전에 “우리 갱단하고 구역 내 건물들은 하나야”라고 한 말이 기억났다. 그때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갱 단원들은 항상 그게 일이라고 말하지. 실제로 그래. 하지만 이곳의 열다섯 살짜리도 다른 여느 곳의 열다섯 살짜리와 똑같다는 거야. 녀석들은 주목받고 싶어 해. 집안에서 관심을 못 받으니까. 그래서 반항을 하는 게지. 우리 클럽은 그 녀석들 사고 친 거 뒤치다꺼리하기 바빠.”


오트리는 이 클럽이 지역 사회에서 폭넓게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를 포함한 클럽 직원들은 학교 당국, 사회사업가, 경찰들의 협조를 얻어 남녀 청소년들을 사법 제도에 맡기기보다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온갖 문제들을 중재했다. 경찰은 곧잘 좀도둑, 공공 기물 파괴범, 차량 절도범 들을 이 클럽으로 데려왔고, 오트리와 직원들이 손해 배상뿐 아니라 훔친 물건의 반환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신경은 온통 그들이 하는 말에 쏠려 있었다. 종교 지도자와 경찰이 갱단 간의 중재 과정을 지켜볼 뿐 아니라 사실상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어째서 이래야만 했을까? 또, 그들이 갱단 보스들을 도와 분쟁을 해결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지역 사회 주민들이 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거기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 심지어 제이티와 메인조차 예전에도 그런 일을 겪은 듯 어찌나 침착하던지, 나는 깜짝 놀랐다.


순간 나는 여기서 어느 한쪽이 총을 뽑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가장 희한한 것은, 이 갱단들이 생업으로 코카인을 판다는 사실을 지역 사회 대표들이 전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는 점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실용주의가 도덕주의보다 더 우세해 보였다.


갱단 분파들은 꾸준히 바뀌고 또 새로이 재편되었다. 이것은 갱단 전쟁 같은 극적인 사건보다는 기본적인 경제와의 관련성이 더 컸다. 한 지역 갱단이 쇠퇴할 때 그 이유는 대개, 수요에 부응하여 코카인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었거나 갱단 보스가 판매원들에게 보수를 박하게 주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제이티는 내가 고심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그는 베일리 부인과 친해지기란 쉽지 않으며 아마도 시도할 가치도 없을 거라고 경고했다. “네가 우리 갱 단원들하고 얘기를 나누게 하기까지는 나도 시간이 좀 걸렸어.” 제이티가 말했다. “어째서 베일리 부인이 네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네게 모든 사람들을 다 보여줄 거라고 생각하지? 여기선 일이 그렇게 빠르게 돌아가지 않아.” 제이티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베일리 부인이 나를 편하게 느끼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정치인, 상점 주인, 경찰의 존경을 받으면서 코카인 판매 갱단을 칭찬하고 갱단 보스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일하는 주민 대표를 보면서, 나는 이 주택단지의 사람들이 얼마나 절망적인 상태인지 절감했다. 하지만 충분히 의심받을 만한 베일리 부인의 이런 태도는 그녀 자신의 야망에서 온 것이기도 했다.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부인은 다른 권력 집단들, 이 경우에는 갱단과 협력해야 했다. 갱단은 부인의 현상 유지를 도왔다.


주민들이 폭행 사건 같은 심각한 일이 발생해도 왜 경찰을 부르지 않는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또한 실제로 불러도 경찰이 오지 않는다거나 구급차가 오지 않을 거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캐트리너가 무표정하게 나를 응시하며 입을 꼭 다문 채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내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사회학 분야 전반에 걸쳐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는 어느 정도 나 자신에게 화가 나 있음을 의미했다. 정평 난 사회학자들의 다양한 방편들이, 지금 내가 목격하고 있는 고통들을 예방하는 데는 전혀 무력하다는 사실에 점점 화가 치밀었다. 동료 사회학자들이 주택, 교육, 고용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추상적인 사회 정책들은 가난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수디르, 중산층 백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경찰이 우리가 불러도 오지 않는 이유일세.” 베일리 부인은 나를 백인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중산층 출신이라는 점이 이 주택단지에서의 삶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항상 보여주고자 했다. “경찰은 언제나 안 와.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자체적으로 찾아야 하네. 자네에게 그걸 얼마나 더 잘 설명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앞으로 몇 달간 자네가 지켜보는 건 어때? 경찰이 얼마나 오는지 보란 말이지.”


베일리 부인 같은 주민 대표가 권력을 휘두르는 걸 보고 나는 낙담하고 말았다. 이 동네 사람들은 새 현관문을 얻으려고 일주일 이상을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었다. 구급차나 경찰이 귀찮아서 오지 않을 거라고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 미국인들이 별 걱정 없이 받고 있는 서비스를 위해 베일리 부인 같은 중개인에게 돈을 쥐여줘야 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자란 교외 지역에서는 아무도 그런 불편함과 무시를 묵인하지 않았다.


“네 자신에게 물어야 하는 건, 흑인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경찰 편에 설 것인가야. 일단 결정되면 넌 그 입장에 따라 무엇이든 하게 될 테구, 알겠어?”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해주지. 넌 우리와 함께하거나, 즉 우리와 함께 이 공동체 안에 있다고 느끼면서 그걸 소중히 여기거나, 아니면 그냥 둘러보려고 여기에 온 것뿐이야. 지금까지 이곳 사람들은 네가 우리와 함께해왔다고 말할 수 있어. 넌 매일 왔으니까. 그대로만 해. 그럼 아무것도 잘못될 게 없어. 적어도 여기서는.”


나는 또한 이들 다양한 상거래에서 오가는 돈보다 좀 더 재미있고 어쩌면 좀 더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많은 세대들이 거대한 교환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성들은 생존을 위해 이 교환 네트워크에서 물자를 빌리고 교환하고 공동관리했다. 한 여성이 많은 다른 여성들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대신, 또 다른 여성은 차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식료품점에 물건을 사러 갈 때 데려다줌으로써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어떤 여성들은 많은 가정들을 위해 교대로 요리를 해줄 수도 있었다. 경우에 따라 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일정한 교환 방식을 유지하기도 했다.


포터 할아버지, 시노트 아저씨, 그 외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남성들에게 최고의 불법 경제 활동은 육체노동임을 알게 되었다.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수리하면 한 달에 500달러를 벌 수 있었고 근처 학교에서 청소를 하면 한 달에 약 300달러를 벌 수 있었다. 반면 한 달에 약 100달러를 버는 금속이나 알루미늄 조각 모으기, 또는 한 달에 약 75달러를 버는, 훔친 옷이나 담배를 파는 것처럼 벌이가 가장 안 좋은 일은 대개 오랜 노동 시간을 요구했다. 인터뷰를 한 모든 부정 수익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합법적인 일자리와 좀 더 나은 생활의 질을 원한다고 말했지만 죽거나 감옥에 가지 않는 한, 불법 경제 활동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클래리스와 함께 앉아 있어도 나는 하느님이 나를 도울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저 좋은 자료를 얻으려는 욕심에 가득 차서 내 행동의 결과를 예상치 못한 점이 부끄러웠다. 이 주택단지에서 몇 년을 지낸 후에야 나는 주민들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 이러한 나의 집념은 본래, 내 논문을 눈에 띄게 만들어서 지도 교수들에게 재능이 뛰어난 학생으로 보이고픈 욕심에 힘입은 것이었다. 시노트 아저씨나 클래리스와 이야기를 나눈 후, 내가 거둔 성공의 대가를 다른 사람들이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섹스의 대가로 얻을 수 있는 자원들이 있었다. 식품 잡화점 주인에게서 식료품을, 시카고 주택공사로부터 집세 면제를, 사회 복지 담당 공무원에게서 혜택 지원을, 경찰관으로부터 감옥에 간 친척들을 위한 특혜를 받을 수 있었다. 섹스를 화폐 대용으로 사용하다니! 그러나 그들의 설명은 일관되고 아주 현실적이었다. 아이가 굶주릴 위험에 처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다. 이 젊은 엄마들은 자신의 몸을 이용하여 이런 생필품을 얻는 것을,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괴로워하는 듯했다. 이것은 그네들이 가장 선호하는 생존법이기는커녕 백 번째 순서에도 못 끼는 방법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빌어먹을 경찰들은 항상 이래.” 제이티가 말했다. “우리가 파티를 열고 있다는 것만 알면 급습을 해.” “왜 그러는 거야? 그리고 경찰들은 왜 너희를 체포하지 않지? 그 사람들 경찰 맞아?” “수작을 부리는 게야!” 다른 블랙 킹스 지도부가 소리쳤다. “우리가 돈을 잘 버니까 콩고물이라도 떼어먹고 싶은 거지.” “질투하는 거야.” 제이티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자기네보다 돈을 더 많이 버니까 견딜 수가 없는 거지. 그래서 우리에게 앙갚음을 하는 거야.” 나는 경찰이 그처럼 뻔뻔하게 거리의 갱단을 상대로 강도질하리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제이티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가 과장할 때는 대부분 자기 세력을 더 커 보이게 할 때뿐이었다.


오트리는 내가 경찰에 대해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의미심장했다. “이 주택단지에는 두 종류의 갱단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해. 경찰도 하나의 갱단이야. 그들은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 여기 갱단 친구들도 돈과 차를 가지고 돌아다니지만 경찰은 언제고 그들을 거리에서 잡아들일 수 있어. 경찰은 자네에 대해 알아. 경찰은 나하고 줄곧 대화를 해왔지. 난 그들에게 자네가 괜찮은 친구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자네가 뭘 찾으려는 건지 알고 싶어 하더군.”


그간 로버트 테일러 홈스에서 한 내 모든 행동에 대해 불안감이 가득 밀려들었다. 내가 자신의 전기를 쓰고 있다는 제이티의 믿음을 부정하지 않음으로써 나는 제이티에게 적극적으로 오해하게끔 만들었다. 조사 초기에는 눈치 빠른 처신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 와 돌아보면, 제이티에게 내 논문이 실제로 무엇에 관한 것인지 고백하지 않으려고 한, 순전히 내 이기심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나는 선택권이 있어서 로버트 테일러 홈스에서의 생활을 그만둘 수 있었지만 그곳 주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빈곤 문제 연구를 끝내고 나서 오랜 후에도 그곳 주민들 대부분은 여전히 가난한 미국인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제이티 같은 갱단 보스는, 어린 친구들이 낮은 급여와 가망 없는 승진의 기회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수해가며 마약을 팔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데 힘을 쏟았던 것이다. 블


분별 있는 시카고 시민이라면 새로 개선된 저소득층 주택이 지어지기는커녕, 실은 토지 수탈을 위해 공영 주택단지들이 해체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는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데일리 시장은 시 당국 및 부동산과 강력한 이해 관계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이곳은 대부분 중산층과 상류층 가정들을 위한 새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아버지가 내게 한 이야기를 전하려면, 어머니가 해주는 요리와 와인을 계속해서 비우며 저녁 내내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핵심은 언제나 분명했다. 매일매일 글을 쓰고 제대로 갖춰진 질문을 가지고 교수들을 찾아가라. 그리고 항상 교수가 요구하는 책들뿐만 아니라 추천받은 책들도 모두 읽어라.